최미영 > 3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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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가 최미영 Choi, Miyoung
최종학력
조선대학교 무용학 학사
개인전
2023 나무 너무 꿈 외 1회
단체전
2025 대한민국열린미술대전 초대작가전 외 14회
수상
2024 제20회 나무문화의날 공로상 등
작가노트
불의 선, 나무의 결 – 인두화로 새긴 시간의 풍경

예술은 언제나 세계를 기억하고 느끼는 방식이 되어 왔다. 그중에서도 손으로 빚어내는 수공예는 감정을 조율하고 시간을 농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. 인두화(印頭畵)는 불을 이용해 나무 위에 이미지를 새기는 예술로, 붓 대신 인두기를 들고 온도와 눌림의 깊이로 형상을 만든다. 나무의 결 위에 불이라는 원초적 에너지가 새긴 선과 명암은 작가의 손끝 감각과 호흡을 그대로 드러낸다.

이러한 매체는 제한적인 듯 보이지만, 오히려 깊고 정밀한 표현의 층위를 가능케 한다. 작품 속 장면들은 오래된 골목, 기와지붕, 나뭇가지의 새처럼 일상적이면서도 서정적이며, 조용하고 담백하게 기억의 풍경을 그려낸다. 색채 없이 명도와 질감으로 구성된 화면은 관람자가 더 섬세하게 감정을 탐색하도록 만든다. 작가는 외형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, 머물고 싶은 순간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새긴다.

나무 위에 불로 새긴다는 건 돌이킬 수 없는 행위다. 단 한 번의 흔적이 최종선이 되기에, 인두화는 그 자체로 집중과 사유의 예술이다. 불의 온도, 나무의 숨결, 손의 리듬이 어우러진 한 점의 작품은 완성된 순간부터 조용히 말을 건넨다.

인두화는 ‘속도’가 아닌 ‘머무름’, ‘강조’가 아닌 ‘은은함’을 이야기한다. 그것은 기억의 언어로,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시적 여정이다. 이 조용한 장면들은 관람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.
작품
재능기부활동